반려동물

반려동물 장례 후 펫로스 증후군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infjet 2025. 7. 10. 11:16

반려동물과의 이별 펫로스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보호자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실을 남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동물인데 뭐 그렇게까지 슬퍼해?”
“또 키우면 되잖아.”
“너무 예민한 거 아냐?”

하지만 보호자 입장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다.
가족이며, 친구이며, 일상의 일부였다.
그렇기에 이별은 단순한 ‘죽음의 통보’가 아니라
삶의 일부분을 통째로 잃는 경험이 된다.

이때 나타나는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반응을
우리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부른다.
펫로스는 단순한 슬픔이나 일시적 우울함이 아니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장기적 트라우마나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심각한 심리 상태다.

이 글에서는
펫로스 증후군이 왜 무시하면 안 되는지,
그 증상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어떻게 감정을 회복해 나가야 하는지,
그리고 펫로스를 겪고 있는 누군가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까지
심리학, 상담, 실제 보호자 사례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다.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행복한 놀이 모습

 

반려동물과 이별 후 겪는 펫로스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펫로스 증후군의 정의

펫로스(Pet Loss)란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보호자가 겪는
극심한 정서적 슬픔, 죄책감, 상실감, 무기력, 또는 우울증적 반응을 말한다.

일반적인 상실 반응과 다르게,
펫로스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이해를 받지 못한 채
‘애 키우는 사람의 감정과잉’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는 이중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펫로스 증후군의 대표 증상

정신적 증상신체적 증상사회적 영향
무기력, 우울, 죄책감, 분노, 공허감 식욕 저하, 수면장애, 만성피로 사회활동 단절, 인간관계 회피, 직장 생활 집중력 저하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이 있었던 경우
펫로스 증후군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 아이를 직접 간병했으나 끝까지 살리지 못한 경우
  • 예기치 않은 사고사(교통사고, 실종 등)
  • 보호자 부재 중 사망했을 경우
  •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

이러한 요소들은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는 자책으로 이어지며
치유보다는 감정의 반복 소용돌이에 갇히게 만든다.

보호자가 잘 모르는 감정의 ‘지연 폭발’

펫로스 증후군은 이별 직후보다
2~4주 후부터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다.

  • 장례식을 치르느라 바쁘고
  • 주변에서 “이제 괜찮지?” 하는 시점이 되면
    오히려 그때부터 감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의 감정은 더 외롭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잊은 듯 보이고,
혼자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보호자를 더욱 고립시킨다.

 

반려동물 장례 후 펫로스를 무시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심리·신체 문제 

 

펫로스 증후군을 ‘그냥 슬픈 감정’이라며 무시하거나
“지나면 괜찮아져”라고 방치했을 때,
감정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몸과 삶에 영향을 준다.

① 만성 스트레스 → 신체 질환으로 이어짐

  • 감정은 몸에 저장된다.
  • 슬픔을 억누르면 두통, 위장장애, 불면증, 면역력 저하 등으로 이어진다.
  • 특히 ‘숨겨진 우울’은 만성 피로 증후군(CFS)과 연결되기도 한다.

② 외부 감정 회피 → 인간관계 단절

  • 타인에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사회적 고립감이 커진다.
  • 누군가가 “그 정도로 슬퍼할 일이야?”라고 말한 순간부터
    보호자는 대인 불신을 경험하게 된다.

▶ 실제 사례
“내가 우울해 있는 걸 이해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인간관계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③ 자기혐오 + 죄책감의 반복 → 우울장애로 전환

  • “내가 더 잘 돌봤어야 했는데”
  • “병원에 더 일찍 데려갔어야 했는데”
    이런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반복될 때,
    ‘삶의 무의미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방치하면
임상적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④ 후속 반려동물 입양 거부 → 장기적 공허감 지속

  • 펫로스를 겪은 사람 중 상당수가
    “다시는 못 키워”, “또 이별할까 봐 무서워”라는 감정으로
    후속 입양을 거부한다.

하지만 이는 회피가 아니라
감정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별은 새로운 시작을 막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동물과 이별 후 펫로스 극복을 위한 회복 단계 & 실천 방법

펫로스 감정 회복 5단계 모델

심리학에서는
펫로스 증후군도 사람의 상실처럼
‘5단계 애도 모델(Kübler-Ross model)’을 따른다고 본다.

단계설명대응 전략
1단계: 부정 “말도 안 돼”, “믿기지 않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시간 부여
2단계: 분노 “왜 하필 내 아이야?”, “운명 탓” 감정 표현 허용, 비난 없이 들어주기
3단계: 협상 “그때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자기비난 중단, 일기 쓰기 권장
4단계: 우울 “아무 의미가 없어”, “공허해” 상담, 그룹 모임, 추모활동 권장
5단계: 수용 “기억하며 살자”, “잘 보내줬어” 일상 복귀 + 새로운 동물과의 관계 가능성 탐색
 

실질적인 회복 실천 방법 5가지

  1. 감정 일기 쓰기
    → 매일 1줄이라도 내 감정 쓰기
    → “오늘도 생각났어요. 아직 그립습니다.” 같은 문장이 회복을 돕는다.
  2. 반려동물에게 편지 쓰기
    →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을 글로 표현
    → 감정의 덩어리를 언어로 풀면 뇌도 정돈된다.
  3. 작은 추모 제단 꾸미기
    → 사진, 꽃, 이름표 등으로 추모 공간 마련
    → 일상 속에서 감정을 애도하고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기
  4. 펫로스 커뮤니티 참여
    → SNS, 오픈채팅방, 상담센터 등
    →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라는 인식이 극복의 열쇠
  5. 전문가 상담 받기
    → 2주 이상 우울, 불면, 무기력, 흥미 상실이 지속된다면
    반려동물 상실 전문 상담센터(KPLC 등) 이용 권장

 

반려동물과 이별 후 펫로스를 겪는 주변인을 위한 조언과 배려 

 

펫로스를 겪고 있는 사람이
우리 가족, 친구, 연인이라면
이 사람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이 첫 걸음이다.

하지 말아야 할 말

  • “또 키우면 돼.”
  •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이런 말은 감정의 부정 + 고립감을 불러온다.

해줘야 할 말

  • “많이 사랑했구나.”
  • “지금 많이 힘들겠어.”
  • “네 감정, 충분히 이해돼.”

짧더라도 감정의 ‘인정’이야말로 최고의 위로다.

작은 실천이 큰 위로가 된다

  • 그 아이 사진을 함께 보고 “예뻤다”는 말 해주기
  • 간단한 꽃이나 간식을 함께 바치기
  • “기일에는 같이 가줄까?” 말해주기

이런 행동들은
펫로스를 겪는 사람에게
“너 혼자 아픈 게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반려동물의 빈자리 펫로스는 사랑의 깊이만큼 아픈 것 

 

펫로스 증후군은
결코 과장이 아니고,
결코 ‘예민함’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생긴 정직한 상처다.
그 사랑을 인정하고,
그 슬픔을 정리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슬퍼해도 된다.
기억해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웃어도 된다.